버지니아 택에서 공부하며 사역했던 저로서는 오늘 아침 접한 소식에 머리가 텅 비어 버린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이 목사님과 안 교수님과 통화한 후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려 참담한 심정으로 두서 없지만 몇자 올려 봅니다.
우선 희생자가 가장 많았던 Norris 건물은 제가 자주 강의를 들었던 곳이고 CNN Phone Video에 나왔던 그 앞의 광장은 한인 공대생들이 쉬는 시간에 만나 잠시나마 유학생활의 고달픔을 달래는 곳이었지요. AJ 기숙사는 매년 학기 초에 신입생들 명단을 보면서 아이들과 함께 전도하러 다니던 기억이 묻어 있고, 금요일 밤 성경공부 끝나고 몰려 가서 Resident Assistant 몰래 라면 끓여 먹던 곳이기도 하지요. 뛰어봐야 옥수수 밭이고 소똥 냄새 물신 나는 한가로운 시골 동네가 이처럼 생지옥이 될 줄은 꿈에라도 생각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것도 한인 학생이 그리 했다니 지금도 믿기지 않는 이 엄청난 사건에 그저 멍합니다.
버지니아 택에는 약 500 여명의 한인 학생이 있는데 교인이 아니더라도 웬만해서 하나 둘 건너면 대개 누가 누군지 알지요. 그런데 그 곳 담임 목사님과 통화 한 결과, 조 승희 학생을 아는 사람이 주변에 단 한 사람도 없는 것으로 봐서 일단 교인은 아니고 한인 학생사회 조차도 잘 나오지 않은 것 같읍니다. 오늘 오후 2시에 그 곳 주민들 모임이 있을 것이고 8시에 추모 집회가 있을 예정인데 그 곳 목사님께서 예배에 참석하실 예정입니다. 충격은 곧 증오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아무쪼록 오늘 밤 한인들의 참석으로 인해 혹시 유발될 수 있는 불미스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기도해 주십시요.
어쩌면 미국내에서 가장 평화스런 대학 마을중에 하나인 버지니아 택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언제고 어디서나 이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번 33명의 피가 결단코 헛되이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하나님께서 이 나라와 한인 이민 사회에 던져주시는 메세지를 하나도 남김 없이 들어야 할 것 입니다. 그 곳 교회 담임 목사님이신 정 현 교수님 (Liberty 신학교)께서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와 능력으로 이 일을 잘 감당하시도록 기도 해주십시요. 벌써 여러 신문 방송사에서 연락이 온답니다. 이번 기회에 전 미주에 있는 교회와 한인 교포사회가 전래 없는 이 참사에 깊은 책임감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기적이 일어나도록 기도해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