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감사목록 써보기, 초심 유지하기 by 예병일의 경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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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는 지독한 절망감을 견디다 못해 담임목사님을 찾아갔다.
"인생이 완전히 꼬였어요. 기뻐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목사님이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간단한 실험을 한가지 해보죠." 그러고는 종이 한 장을 꺼내 가운데 세로로 줄을 하나 그었다.
"왼편에는 복을 나열하세요. 기뻐할 이유들 말이에요. 그리고 다른 편에는 문젯거리들을 쓰세요. 생각하기도 싫은 일들이요."
로저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알았습니다. 하지만 왼편에는 쓸게 없어요."
"괜찮아요. 그냥 써보세요."
로저가 문젯거리들을 나열하려고 고개를 숙이자마자 목사님이 툭 한마디를 던졌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셨다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로저가 대뜸 고개를 쳐들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제 아내는 건강하게 살아 있어요."
"오, 정말요?" 그러면서 목사님이 왼편에 '건강하게 살아 있는 아내'라고 쓴 뒤에 또 말했다. "집이 불탔다니 유감이군요."
"예? 저희 집은 멀쩡해요. 정말 아름다운 집이죠."
"오, 그래요?" 이번에도 목사님은 왼편에 그 사실을 적었다. '아름다운 집'.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직장에서 해고되셨다니 안타깝습니다."
로저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서 그런 터무니없는 소문을 들으셨어요? 저는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어요."
"오, 정말요?" 목사님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기록했다. '번듯한 직장'.
로저는 그제야 목사님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깨달았다. "종이 이리 주세요." 목사님이 종이를 다시 건네자 로저는 순식간에 열두어 가지 복을 써내려갔다. 그리고 새로워진 태도로 목사님의 사무실을 나섰다. 상황은 그대로였으나 그의 시간은 완전히 달라졌다.